생각들/모든관계

012, 퇴사자 마지막 술자리, 일

torrms 2026. 8. 13. 08:01
반응형

모두가 잠든 새벽 1시 반. 키보드 스위치 눌리는 소리만 찰칵거리는 이 정적이 참 좋습니다. 낮 동안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소음들이 가라앉고, 괜히 센티해지는 딱 그런 시간이죠.

오늘 밤은 술기운이 살짝 올라온 김에 중얼거려 봅니다. 저녁에 얼마 전 퇴사한 까마득한 후배 녀석과 소주 한잔 기울였거든요.

"형님, 바깥바람도 차도 생활은 덥지만… 그래도 속은 시원합니다."

쓴 소주를 털어 넣으며 헛헛하게 웃는 녀석을 보는데, 20년 전 제 모습도 스쳐 지나가고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보내는 마음도 쓰린데, 남겨진 팀의 현실은 잔인합니다. 당장 일손이 부족해서 사람을 뽑으려니 요즘 IT 시장에서 마음에 쏙 드는 인재 모시기는 하늘의 별 따기더군요.

(^_^;)
겨우 한숨 돌리고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켰더니, 나를 반기는 건 외계어로 가득한 차기 프로젝트 요구사항 정의서와 시스템 아키텍처 문서들. 읽다 보면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아, 이 문서들은 왜 세월이 흘러도 똑같이 어려울까…'

:-)
문득 궁금해져서 요즘 핫하다는 최신 AI 트렌드를 슬쩍 들여다봤습니다. 요즘 AI판은 그야말로 '추론(Reasoning) AI'와 '자율형 에이전트(Agentic AI)'가 대세라더군요.
옛날 AI가 우리가 시키는 대로 척척 답만 내놓는 '똑똑한 신입 사원'이었다면, 요즘 AI는 "아, 팀장님! 그 프로젝트 문서 너무 복잡하니까 제가 먼저 읽고 요약한 다음, 부족한 사람 대신 시스템 구조도까지 깔끔하게 설계해 둘게요!" 하고 스스로 판단해서 일하는 '베테랑 대리'급으로 진화하고 있답니다.
심지어 멀티모달(Multimodal) 성능이 워낙 좋아져서, 텍스트는 물론이고 복잡한 도면이나 아키텍처 그림까지 한눈에 쓱 보고 파악한다네요.
소주잔 기울이며 퇴사자 달래고, 구인 난에 머리 싸매고, 어려운 문서에 치이는 40대 아재 개발자의 삶… 참 팍팍하다 싶다가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AI가 이렇게까지 똑똑해지면, 조만간 이 머리 아픈 프로젝트 문서 작성이랑 시스템 설계도 AI한테 짬처리(?)하고… 나는 후배들이랑 맘 편히 소주나 한잔하러 갈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_^)v
개발자로 산 지 어느덧 20년. 기술은 빛의 속도로 변하고 세상은 각박해져도, 밤새워 코드 치던 그 시절의 열정과 사람 냄새나는 술자리의 온기는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새벽 감성이 너무 과했네요. 내일 출근하려면 이제 그만 침대로 직행해야겠습니다.
전국의 모든 아재 개발자들, 오늘도 야근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퇴근길 조심히 들어가세요!


#개발자일상 #40대개발자 #IT개발자 #새벽감성 #퇴사 그리고 #구인난 #프로젝트문서 #AI트렌드 #생성형AI #AI에이전트 #개발자소통 #아재일상 #소주한잔 #IT에세이

반응형

'생각들 > 모든관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011 아재 감성 실험실  (0) 2026.08.12
산문 집에서 다른 곳으로  (0) 2022.05.29
85일째. 대박, 생활에 활력소  (0) 2010.01.19